조기 사교육이 학습 능력을 높인다는 기대와 달리 장기적인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학습형 사교육을 많이 경험한 아이일수록 자존감이 낮아지고 스트레스와 불안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조기 선행학습보다 놀이와 상호작용 중심의 발달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양동화 고려대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임상조교수는 국내외 연구를 종합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양동화 교수는 영유아기 사교육의 실제 효과와 잠재적 문제를 검토했다. 영유아기의 뇌는 빠르게 발달하지만, 이 시기의 뇌가 기대하는 핵심 경험은 조기 학업 주입이 아니라 안정적인 관계, 충분한 놀이, 언어적 상호작용, 수면, 신체활동이다.
연구진은 국내외 연구를 검토한 결과, 국내 2세 아동 가운데 0세 때 사교육을 시작한 비율은 2016년 11.9%에서 2024년 32.9%로 늘었다. 2세 사교육 참여율은 41.1%에서 51.0%, 5세는 81.5%에서 84.2%로 높아졌다. 연구진은 조기 교육 프로그램이 일부 단기적인 학습 준비도 향상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고,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학업 우위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해외 대규모 추적 연구에서도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뚜렷한 우위가 유지되지 않았다.
국내 근거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양동화 교수가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를 살펴본 결과, 초등학교 1학년 아동의 경우 현재 또는 과거의 사교육 경험이 언어 발달, 문제해결력, 집행기능과 유의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말해 조기 사교육이 학습 능력을 전반적으로 높인다는 뚜렷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정서 발달에서는 우려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서는 과거 학습형 사교육 경험이 많을수록 자존감과 부정적인 연관성이 나타났다. 일부 예술형이나 신체형 사교육에서 제한적인 긍정 효과 가능성은 관찰됐지만, 연구진은 부모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언어, 문제해결, 집행기능, 장기 학업성취, 정서적 안녕 전반에서 일관된 우위를 보인다고 말할 근거는 현재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영유아 사교육을 모두 해롭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도하게 학업 중심이고 장시간 구조화된 교육은 아이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자유놀이, 활동적 놀이, 수면, 부모와의 상호작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아이가 스스로 탐색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경험이 줄어들면 자발적인 학습 동기와 탐색 기회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양동화 교수는 “영유아기의 뇌는 지나치게 이른 선행학습보다 관계, 놀이, 수면, 움직임, 언어적 상호작용에 더 깊고 넓게 반응한다”며 “부모는 ‘절대 하지 말라’가 아니라 아이에게 ‘무엇이 정말 가치 있는 경험인지 우선순위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의 뇌는 남보다 빨리 가르칠수록 잘 자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경험을 충분히 할 때 가장 잘 자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영유아기 뇌 발달 관점에서 본 영유아 사교육)는 2026년 7월 28일 육아정책포럼(Parenting Policy Forum) 제88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