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SAN S.C.F CENTER
언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유아기에는 단어를 반복하거나 말을 하다 잠시 멈추는 모습이 흔히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비유창성이 반복되면 부모의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 “혹시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고민 때문이다.

유아교육기관이 함께 살펴봐야 할 아동기 발병 유창성 장애
영유아기는 언어발달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다. 아이들은 옹알이에서 시작해 단어를 익히고, 두 돌 무렵부터는 단어를 연결하며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후 문장 구성 능력과 어휘력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의사소통 능력 역시 빠르게 성장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아이가 말을 반복하거나 잠시 멈추고, 특정 단어에서 막히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러한 말더듬은 의학적으로 ‘언어 유창성 장애’의 한 형태로 본다. 대게 2세부터 5세 사이에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나고, 발생 이후 3년 이내 약 80%는 자연스럽게 회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나머지 약 20%가 학령기까지 이어질 수 있어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러한 비유창성이 단순한 발달적 현상을 넘어 아이의 심리적 긴장과 불안으로 연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흔히 ‘말더듬’으로 알려진 아동기 발병 유창성 장애는 단순히 발음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소통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특성을 지닌다. 특히 유아교육기관은 아이가 하루 중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만큼, 교실의 언어환경과 교사의 상호작용 방식은 말더듬의 완화와 악화 모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말더듬은 왜 나타날까?
말더듬의 원인은 단일하지 않다. 유전적 요인, 신경학적 특성, 언어발달 속도, 기질, 심리적 긴장,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유아기는 표현하고 싶은 생각의 양은 급격히 늘어나지만 이를 언어로 조직하고 조절하는 능력은 아직 미성숙한 시기다. 이 과정에서 언어 처리 속도와 표현 능력 간의 불균형이 일시적인 비유창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말 자체보다 그 말을 둘러싼 주변의 반응이다. 말을 반복하거나 막히는 아이에게 “천천히 말해” “다시 말해봐” “왜 그렇게 말하니?”와 같은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자신의 말하기 방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형성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연스러운 비유창성이었던 현상이 점차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긴장으로 연결되며 고착화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유아교육기관에서 더욱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
가정과 달리 유아교육기관은 집단 속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아이들은 또래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발표·이야기 나누기·자유선택활동 등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의 언어를 사용한다. 따라서 말더듬을 경험하는 아이에게 교실은 때로 가장 긴장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특히 또래의 반응은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말을 더듬는 순간 웃음을 터뜨리거나 흉내를 내는 경험, 아이가 말을 끝내기 전에 대신 이야기해버리는 상황은 의사소통에 대한 위축감을 강화한다. 교사의 반응 또한 중요하다. 무의식적으로 “천천히 이야기해볼까?” “긴장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조차 아이에게는 ‘내 말은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발표를 잘하는 아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한 몫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말하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빠른 응답을 요구하거나 경쟁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수업 구조는 유창성에 대한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따라서 기관은 ‘말을 잘하는 아이’를 중심에 두는 문화가 아니라, 모든 아이가 자신의 속도로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교사의 올바른 상호작용이 아이의 유창성을 만든다
말을 더듬는 아이를 지원할 때 중요한 요소는 교사의 태도다. 교사는 아이의 말을 교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선 말을 더듬는 순간에도 아이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아이가 말을 반복하거나 중간에 멈추더라도 문장을 대신 완성해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대신해주는 행동은 배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나는 끝까지 말할 수 없다’는 경험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는 아이의 말하는 방식보다 내용 자체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때 기분이 어땠어?”처럼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하는 반응은 아이에게 자신의 생각이 존중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제공한다.
교사의 말하기 속도 역시 중요한 모델링 요소다. 교사가 빠른 속도로 질문을 연속적으로 던지거나 지시 중심 대화를 지속하면 아이 역시 조급한 리듬 속에서 말하게 된다. 반면 차분하고 여유 있는 말하기는 아이의 호흡과 발화 속도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말더듬 아동에게는 충분한 ‘대기 시간(waiting time)’이 필요하다. 질문 후 곧바로 다른 친구를 지목하거나 답을 유도하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속도로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경험이 중요하다.

부모 상담에서는 일단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해요
말더듬과 관련해 부모가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불안이다. “혹시 평생 이어지는 건 아닐까” “학교에 가면 놀림받지 않을까” “치료를 빨리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속에서 부모는 아이의 말을 반복적으로 수정하거나 연습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친 교정은 오히려 아이의 긴장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기관에서는 부모 상담 시 유아기의 비유창성이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발달적 특성임을 먼저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가정에서도 아이의 말을 끝까지 기다려주고, 조급하게 재촉하지 않는 환경이 중요함을 안내해야 한다.

물론 전문기관 연계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말할 때 얼굴이나 몸에 과도한 긴장이 나타나거나, 특정 단어를 극도로 회피하는 경우, 말하기 자체를 두려워하는 모습이 지속될 경우에는 언어치료 전문가와의 상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때도 핵심은 ‘빨리 고쳐야 한다’가 아니라 아이가 의사소통 과정에서 반복적인 실패감과 수치심을 경험하지 않도록 돕는 데 있다.

유창성보다 중요한 것은 ‘표현의 안전감’이다
유아교육 현장에서 우리는 종종 아이의 변화를 빠르게 확인하려 한다. 정확하게 말하는지, 발표를 잘하는지, 질문에 즉각 반응하는지를 중심으로 아이의 언어능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아기의 의사소통은 수행이 아니라 경험이어야 한다.
말더듬을 경험하는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유창하게 말하는 기술 이전에 ‘말해도 괜찮다’는 안정감이다. 누군가 자신의 말을 끝까지 기다려주고, 서툰 표현도 존중해주며, 결과보다 마음에 관심을 가져주는 경험 속에서 아이는 점차 의사소통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
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가 말을 잘하게 만드는 공간이 아니라,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교사와 원장이 함께 기다림의 문화를 만들고, 비교와 재촉보다 경청과 존중을 우선할 때 아이들은 자신의 속도로 언어를 성장시켜 나갈 수 있다.
결국 말더듬 지원의 핵심은 아이의 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말을 대하는 경험을 바꾸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무엇보다 어른들의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저작권자 ⓒ EK(주)_월간유아 by 키드키즈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이미지 무단 사용, 상업적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