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영 박사의 우리 아이 발달 고민 해결소] 왼손잡이 아이, ‘교정’보다 ‘이해’가 답
아이가 그림을 그리거나 숟가락을 잡을 때 왼손을 주로 사용하면 부모님은 한 번쯤 고민하게 됩니다. “그냥 두어도 될까?”, “오른손으로 바꾸어 주어야 할까?”, “학교생활에서 불편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왼손잡이는 드문 이상 소견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특성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10% 정도가 왼손잡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손 사용을 억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편안하게 생활하고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사람이 어느 손을 주로 사용하는지는 유전적 요인과 발달 과정,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여 결정된다. ⓒ임신영
◇ 왼손잡이는 왜 생길까요?
사람이 어느 손을 주로 사용하는지는 유전적 요인과 발달 과정,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여 결정됩니다. 부모 중 왼손잡이가 있으면 자녀도 왼손잡이일 가능성이 조금 높아질 수 있지만, 반드시 유전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뇌는 좌우 반구가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며, 손 사용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다만 “왼손잡이는 오른쪽 뇌를 더 많이 써서 모두 창의적이다”처럼 단순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왼손잡이와 창의성, 언어 기능, 운동 능력 등에 관한 연구는 다양하지만, 개인차가 크고 모든 왼손잡이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왼손잡이를 특별한 재능이나 문제로 단정하기보다는, 아이가 가진 자연스러운 발달 특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 왼손잡이는 지능이 더 높거나 낮을까요?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지능이 높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반대로 왼손잡이라는 이유만으로 발달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발달장애, 특정 정신건강 질환에서 왼손잡이나 양손잡이의 비율이 일반 인구보다 높게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통계적 관련성을 의미할 뿐, 왼손잡이 자체가 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아이가 왼손을 쓴다는 사실만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언어 발달, 운동 발달, 사회성, 학습 기능 등 다른 영역에서 뚜렷한 어려움이 함께 보인다면 전문적인 발달 평가를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교정해야 할까요?
과거에는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바꾸려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이가 자연스럽게 선택한 우세 손을 존중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아이에게 억지로 오른손을 쓰게 하면 식사, 글씨 쓰기, 그림 그리기와 같은 일상 활동에서 불편함과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 왼손 사용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교정을 강요하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손 사용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의학적 이유가 없다면 왼손 사용을 억지로 바꾸기보다는, 아이가 더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이 바람직합니다.
◇ 왼손잡이 아이가 불편해하는 순간들
왼손잡이 아이는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만들어진 생활환경에서 작은 불편을 자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가위질을 할 때 종이가 잘리지 않거나, 글씨를 쓸 때 손이 이미 쓴 글자를 지나가면서 번질 수 있습니다. 책상 배치나 식탁 자리 때문에 옆 사람과 팔이 부딪히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일부 도구나 악기, 체육 활동도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불편은 아이의 능력 부족이 아닙니다. 도구와 환경이 맞지 않아 생기는 어려움입니다. 부모님과 교사가 조금만 조정해 주면 아이는 훨씬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습니다.
◇ 부모님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
1.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왼손을 사용한다면 그대로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왜 왼손을 쓰니?”, “오른손으로 해 봐”라는 말을 반복하면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2. 왼손잡이용 도구를 준비합니다
왼손잡이용 가위, 왼손잡이에게 편한 필기구, 손에 묻어 번짐이 적은 펜 등을 준비하면 도움이 됩니다. 도구 하나만 바뀌어도 아이의 수행 능력과 자신감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3. 글씨 쓰는 자세를 조정합니다
왼손잡이 아이는 글씨를 쓸 때 손목이 과도하게 꺾이거나, 손이 글자를 덮으면서 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트를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이거나, 종이 위치를 아이 몸의 왼쪽에 조금 더 두면 손목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편안하게 느끼는 각도와 위치를 함께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4. 식사 자리와 책상 배치를 배려합니다
식탁이나 책상에서 왼손잡이 아이를 왼쪽 끝자리에 앉히면 옆 사람과 팔이 부딪히는 일이 줄어듭니다. 교실에서도 책상 배치나 필기 공간을 조금 조정하면 아이가 더 편하게 활동할 수 있습니다.
5. 장점을 과장하기보다 자신감을 지켜 줍니다
왼손잡이라고 해서 모두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거나 운동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오른손잡이 중심 환경에 적응하며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아이에게 문제 해결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왼손잡이라서 특별하다”보다 “너에게 편한 방법을 찾으면 된다”는 안정감을 주는 것입니다.
◇ 언제 전문가 상담이 필요할까요?
왼손 사용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모습이 함께 보인다면 발달 평가나 작업치료 상담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양손 사용이 지나치게 서툴고 일상생활 동작이 또래보다 많이 늦는 경우
•숟가락, 연필, 가위 사용이 현저히 어렵고 연습해도 개선이 적은 경우
•한쪽 손을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갑자기 한쪽 손 사용이 줄어든 경우
•언어, 인지, 사회성, 운동 발달 지연이 함께 의심되는 경우
•글씨 쓰기, 학습 활동에서 손 기능 문제로 아이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특히 이전에는 양손을 잘 쓰다가 갑자기 한쪽 손을 잘 쓰지 않거나, 손의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면 단순한 왼손잡이 문제가 아닐 수 있으므로 진료가 필요합니다.
◇ "왼손잡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교정이 아니라 이해와 배려"
왼손잡이는 교정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자연스러운 특성 중 하나입니다. 아이가 왼손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발달 이상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님의 역할은 아이의 손 사용을 억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구와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나는 이상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왼손잡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교정이 아니라 이해와 배려입니다. 작은 환경 조정과 긍정적인 지지가 아이의 자신감 있는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임신영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의학석사와 의학박사를 마친 재활의학과 전문의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하며 사경사두, 소아 재활과 발달의학 분야의 교육, 연구, 진료를 이어왔고, 2004년 국내 최초로 아주대학교병원 사경센터를 개설해 센터장을 역임했다.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소아재활센터와 워싱턴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연수 및 연구를 수행했으며, 임상유전학 인증의이자 소아재활의학 인증의이다. 현재 임신영 재활의학과의원 (부속 사경사두발달센터) 원장으로 일하며, 유튜브 채널 ‘우리아이 발달센터’를 통해 부모들에게 영유아 발달에 대한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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