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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초가공식품의 과도한 섭취는 비만 등 신체 질환의 주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최근 학계에서는 초가공식품이 아이의 정서 및 행동 발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초가공식품에 다량 함유된 정제당과 인공 첨가물이 체내 염증 반응을 유발하거나 장내 미생물 환경을 변화시켜, 뇌 기능과 신경전달물질 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소아청소년과 이상훈 교수(가천대길병원)와 함께 초가공식품 섭취와 영유아의 불안, 공격성 증가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명하고, 뇌 신경 발달의 결정적 시기인 학령 전기에 필요한 식습관 교정의 현실적인 방향성을 살펴본다.
3세 식단 절반 차지하는 초가공식품, 섭취량 늘수록 문제 행동 위험 커져
이상훈 교수에 따르면 의학 및 영양학계는 초가공식품을 분류할 때 주로 노바(NOVA) 체계를 활용한다. 이 체계는 영양 성분이 아닌 가공 목적과 정도를 기준으로 식품을 구분한다. 식재료 원형을 거의 보존하지 않고 산업용 성분과 첨가물을 배합해 만든 고도의 가공품을 초가공식품으로 정의한다. 패스트푸드, 즉석식품, 스낵류, 가공된 빵과 디저트, 음료, 가공육(소시지·햄), 인스턴트 소스, 가공 유제품(아이스크림)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식품은 당분이 많고 짜고 기름질 뿐만 아니라 다량의 첨가물을 포함해 영유아의 입맛을 쉽게 자극할 수 있다.
2026년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3세 유아 2,077명을 분석한 결과, 하루 총섭취 열량 중 초가공식품의 비중은 평균 45.5%에 달했다. 특히 초가공식품 섭취 열량 비율이 10% 증가할 때마다 5세 아동의 행동 문제 점수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행동 평가 척도(CBCL)로 측정한 결과, 불안·우울 등 내재화 증상과 공격성 등 외현화 증상이 모두 악화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도파민 보상 체계 교란 및 장-뇌 축 변화로 정서 불안 유발할 수도
초가공식품에 든 특정 정제 성분과 화학 첨가물은 발달 과정에 있는 영유아의 뇌 신경계에 화학적·생리적으로 직접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상훈 교수는 “초가공식품은 신체뿐만 아니라 뇌의 보상·감정·집중 시스템 자체를 변형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병태생리적 기전은 다음과 같다. 우선 자극적인 성분이 도파민 보상 시스템을 과도하게 자극하면 점진적으로 도파민 민감도가 떨어진다. 이로 인해 동일한 만족감을 얻고자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는 중독과 유사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정제 당류는 체내 유입 시 혈당 스파이크(Blood sugar spike)를 일으켜 인슐린 과다 분비를 촉진한다. 뒤이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 뇌 신경계에 짜증, 불안, 집중력 저하 등을 초래해 일시적 흥분 이후 극심한 예민함을 동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초가공식품은 장-뇌 축(Gut-brain axis)에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장내 유익균을 줄이고 유해균과 체내 염증을 늘려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생성을 감소시킴으로써 우울 및 불안 경향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식품첨가물 역시 신경계를 과도하게 자극해 아동의 주의력 저하, 충동성 증가, 감정 기복 심화에 관여할 수 있다.
학령기 지속 섭취 시 주의력 저하 등 신경 발달 악영향 우려
뇌 신경망이 발달하는 학령 전기에 초가공식품 위주의 부적절한 식단을 지속할 경우, 향후 학령기 아동의 신경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상 체계의 교란과 잦은 혈당 변동에 만성적으로 노출된 아동은 학습 동기 저하와 주의력 결핍을 겪을 우려가 크다. 또한, 뇌 신경계의 자극과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고착화되면 충동성 조절이 어려워지고 정서적 불안정이 심화되어 교우 관계 및 정상적인 학교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즉, 이러한 식습관은 단순한 소아 비만의 원인을 넘어 아동의 인지 기능 및 정서 발달을 저해하는 핵심적인 잠재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완전 배제보다 점진적 대체 권장… 10%만 바꿔도 행동 지표 개선 기대
앞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에서 얻는 열량의 10%만 과일이나 채소 등 최소 가공식품으로 대체해도 모든 영역에서 행동 문제 지표가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임상 현장에서는 초가공식품을 비현실적으로 완전히 끊기보다,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식단을 대체하고 환경을 재설계하도록 권고한다.
이상훈 교수는 지속 가능한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문제 행동이 음식과 연관될 수 있음을 보호자가 인지하고, 식단을 바꾸면 아동의 행동도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현실적인 영양 중재 방안으로는 먼저 가당 음료를 물이나 우유로 대체하고, 간식은 하루 1~2회로 시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꼽힌다. 구체적으로 과자나 젤리 대신 바나나·사과·고구마를 주며, 초코우유는 흰 우유로, 소시지 등 가공육은 계란·두부·닭고기 등 자연 식재료로 아동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점진적으로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혈당 변동 폭을 줄이기 위해 하루 세 번의 정규 식사와 1~2회의 간식을 3~4시간 간격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가공식품을 구매할 때는 영양 성분표를 확인해 당류와 나트륨 함량을 점검하고, 원재료명 첫 세 가지 항목에 설탕이나 액상과당이 들어 있다면 섭취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처] : https://news.hi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428 | 하이닥